제국주의적 꼼수, 긴축조치, 억압의 이야기

제국주의적 꼼수, 긴축조치, 억압의 이야기

2012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모든 언론들 역시 올림픽 메달 소식과 오심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다. 사람들의 시선이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는 동안 ‘컨택터스’라는 경비업체는 SJM 노동자들에게 극도의 폭력을 가했고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올림픽 이슈가 다른 중요한 사안들을 덮어버리는 일은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올림픽이 진행 중인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사노신은 ICC(국제공산주의흐름)의 런던올림픽과 관련한 기사를 번역해서 싣는다. 이 기사는 6월 12일에 작성되었다.
본 기사의 내용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ICC
번역:사노신https://sanosin.jinbo.net


[국제][번역]런던 올림픽
제국주의적 꼼수, 긴축조치, 억압의 이야기

2012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모든 언론들 역시 올림픽 메달 소식과 오심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다. 사람들의 시선이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는 동안 ‘컨택터스’라는 경비업체는 SJM 노동자들에게 극도의 폭력을 가했고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올림픽 이슈가 다른 중요한 사안들을 덮어버리는 일은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올림픽이 진행 중인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사노신은 ICC(국제공산주의흐름)의 런던올림픽과 관련한 기사를 번역해서 싣는다. 이 기사는 6월 12일에 작성되었다.

본 기사의 내용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 역대 세 번째 런던 올림픽이 개최된다. 각각의 런던 올림픽들은 저마다 당대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하는 상황을 보여주었다.
강대국의 지배
1908년 올림픽은 원래 로마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06년 4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는 바람에 나폴리를 재건하는데 재원을 쏟아 부아야 하게 되었다. 영국은 세계 육지의 약 1/4, 인구의 1/5를 지배하고 있는 강대국으로서 급작스럽게 올림픽 개최를 떠맡게 되었다.
10개월 후, 영국은 재정과 부지 마련에 성공하여 최신식 경기장을 지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1908년 올림픽은 약 15,000 파운드를 지출해서 21,377 파운드를 벌어들였다. 첫 번째 런던 올림픽은 흑자를 달성했다는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더 타임즈>(1908년 7월 27일자)는 “모두가 바란 완벽한 조화는 심판의 판정에 대한 몇몇 유감스러운 논란, 항의, 반대로 인해 훼손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신문들이 폭발적으로 국민감정을 쏟아냈으며 각국 국민들은 비난에 비난으로 맞섰다.”며 애석해했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1905년 러일전쟁, 1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킨 그 모든 적대감에서 알 수 있듯이 제국주의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을 때 국가 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1908년 올림픽에서 모든 심판은 영국인이었으며 이에 대해 미국팀은 하루에 한 번꼴로 불만을 표했다. 갈등은 개막식에서 미국이 영국 국왕에게 국기로 경례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갈등은 올림픽 내내 계속되었다. 줄다리기 종목에서 미국 팀은 영국대표로 나온 리버풀 경찰 팀이 신고나온 스파이크 화에 불만을 표시했다. 항의가 묵살되자 미국 팀은 경기를 포기했다. 400미터 육상 결승에서는 미국 선수가 영국 선수를 팔꿈치로 밀쳤다는 이유로 영국 심판들이 재경기를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재경기를 보이콧했다. 결국 이 올림픽에서 영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메달을 땄다. 22개국 200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영국대표팀은 역대 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많은 14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앞서 <더 타임즈>(1908년 7월 13일자)는 “올해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꼼수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대국 경쟁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긴축 게임

1948 런던 올림픽 공식포스터    
1948년 두 번째 런던 올림픽이 열리기까지 40년 동안, 영국 제국주의의 위치는 많이 변했다. 영국·러시아·미국의 제국주의 연합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이 서구에서 지배국의 위치를 차지했고 영국은 부차적인 지위로 떨어졌다.
영국은 올림픽 개최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경제는 초토화되었고 (식량, 휘발유, 의류 등의) 배급은 전시보다 더 혹독해졌다. 실업률은 높았으며 노숙자가 만연했고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영국은 마셜 플랜을 통한 미국의 기금지원이 절실했으나 올림픽 개최가 자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림픽 개최를 겨우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런던 부두노동자들의 비공인 파업이 터졌다. 새로 징집된 부대가 항구로 파견되었다. 영국정부가 파업을 탄압하기 위해 1920년에 제정된 비상대권법(Emergency Powers Act)에 따른 권한을 행사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긴축조치를 강제하는 전후 노동당 정권에 맞서 노동자가 투쟁한 사례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올림픽 준비에는 최소한 2년이 걸렸다. 새로운 경기장이 건립되지는 않았지만 웸블리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건설 등 몇몇 건설 프로젝트에서 독일 전쟁포로들이 강제 노역을 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이 긴축 올림픽으로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 참가자들에게는 광부들에게 지급되는 수준의 배급이 허용되었으나 그래도 각국은 필요한 식량을 직접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남자 선수들의 숙소는 영국 공군 캠프였고 여자 선수 숙소는 런던 대학교였다. 영국 선수들은 필요한 복장과 장비를 자신들이 직접 사거나 만들어야 했다.
59개국 4000명의 선수들이 참여한 1948년 올림픽 개최에는 (예산보다 적은) 732,268 파운드가 들었고 761,688 파운드를 벌어들였다. 다소 이익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전체 메달 개수를 합산했을 때 영국은 12위에 그쳤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모든 사람들은 미국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채와 억압

몇몇 나라들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본전치기 또는 흑자를 남겼다고 주장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중국의 미심쩍은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개최지들에게 올림픽은 재정적 재앙이었다. 몬트리올의 부채 규모는 너무나 커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0년이 지나서야 모든 부채를 청산할 수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원래 예산은 16억 달러였다. 그러나 투입된 공적자금은 160억 달러에 달했으며, 거의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경기장들의 유지와 보안을 위해 지금도 수백만 달러가 소요되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그리스 경제위기가 커지는 데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란 점은 명백하다.
처음 2012년 런던올림픽의 예산은 23억 7천 파운드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유치한 지 7년 후, 최종 비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최초 예산의 4배에서 10배까지 다양한 추정치가 나오고 있다. 현재 영국정부는 93억 파운드의 예산 중에서 4억 7천 6백 파운드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전혀 시작되지도 않은 여러 행사들의) 운영경비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122억 파운드는 소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출 비용을 만회할 방안을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런던이 물가가 높은 도시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입장료, 음식, 음료 등 올림픽 경기장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공식스폰서의 이해는 매우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다. 매복마케팅 광고는 엄하게 규제되고 있다. 매복마케팅이란 공식스폰서가 아닌 회사명이 들어간 물품을 노출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개인 복장의 소품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신기록을 경신할 종목은 무엇보다 공권력에 의한 억압 종목일 것이다. 가장 바쁜 날들에는 경찰 12000명이 근무를 서고, 군인 13500명이 대기할 것이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영국군 9500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사설경비원 13,300명을 고용할 계획도 나와 있다. 사설경비원들은 며칠 동안 군인들과 같이 훈련할 것이다. 관련 경비업체 대변인은 “이번 경기장 훈련은 부분적인 목표는 두 집단 사이에 경호의 ‘질을 동등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군인과 사설경비대로부터 같은 질의 경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파이낸셜타임즈> 2012년 5월 24일자)”라고 밝혔다.
이 모든 억압의 최정상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올림픽 주요 경기장 근처 6개의 주거지역에 고속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설치하려는 계획이 놓여있다. 아마도 이는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 위에서 비행기를 격추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부유럽 아나키스트들이 조직적 활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이 전문가들은 “공격 계획에 대한 구체적 낌새는 아무것도 없다(<텔레그래프지> 2012년 6월 21일자)”는 말도 덧붙여 놓았다.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영국정부와 함께 모든 보안방안들을 다 고려해본 것 같다. 내무부는 실제로 다 진행하진 못한다 할지라도 참가선수, 심판, 노동자, 언론사 직원 등 올림픽과 관련된 38만 명 전부에 대해 보안 검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승인된 차량만 다닐 수 있는 특별한 올림픽 차선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 차선을 침범하는 사람은 135파운드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한 올림픽 경기장 입장 시에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하고 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올림픽 행사 사진을 공유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는 200개 이상의 나라들이 참가하게 될 것이고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금까지 그래 온 대로 애국주의 광란을 위한 판을 깔아주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파나소닉, 삼성, 비자카드, 제너럴 일렉트릭, P&G, BMW, EDF, UPS 등등 자본가 패거리들에게 광고 기회를 주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애국주의와 상업주의는 근대 올림픽의 흔한 메뉴가 되어버렸다. 한편 2012년 런던올림픽의 준비 도중,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뉴엄(Newham) 지구 의회는 500가구를 150마일(약 240km) 떨어진 스톡-온-트렌트(Stoke-on-Trent)로 ‘이주(relocate)’시키려 하고 있다. 지역의 건물주들이 엄청나게 오른 가격에 세를 놓을 수 있도록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있다. 올림픽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뉴엄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전역을 통틀어 돌도 지나지 않은 신생아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저연령층이 가장 많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족의 평균 규모가 가장 크고, 런던에서 질병율과 조기사망률이 가장 높으며 복지지원금을 받는 인구 비율 역시 가장 높다. 뉴엄의 아이들은 올해 올림픽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의 미래가 스펙터클한 메달 전쟁을 통해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